이별 복습

살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이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일 뿐인데,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때로 세상을 무너뜨릴 듯 깊고 무겁다. 나에게 이별은 한 사람과의 단절이기도 했지만, 나를 깊숙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기도 했다. 

낯설게 변한 일상

기억나는 첫 이별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유년 시절의 친구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순간이다. 같은 골목길을 뛰놀던 그 친구가 어느새 다른 학교로 떠나버렸을 때, 그 공간은 낯설게 변했다. 갑자기 나는 혼자가 되었고, 친구와 함께 웃던 시간들은 먼 과거의 환영처럼 느껴졌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거리가 생긴다는 것을, 이별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그 익숙함이 깨진 자리에서 불안과 외로움이 스며들었다. 나이 먹고 또 다른 이별이 찾아왔을 때에도 그 감정은 똑같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타지에서 생활할 때,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늘 내 곁에 있던 존재가 멀어진다는 것은, 마치 내 심장이 한 조각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았다.



이별이 가르쳐준 것

처음에는 이별이 단순히 아픈 상처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아픔이 내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결국 홀로임을, 그리고 홀로일 때 비로소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음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나는 큰 질문에 맞닥뜨렸다. 나는 누구인가?, 나 없이도 나는 존재할 수 있는가? 그 물음 앞에서 무너졌고, 그 무너짐을 통해 조금씩 다시 일어섰다. 이별은 나에게 단절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떠난 이에게 집착하는 대신, 그 시간과 기억을 마음속 깊이 품는 것이 진정한 이별임을. 하나의 세계가 문을 닫으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별과 자유

어떤 철학자가 자유는 이별에서 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반복되는 작별 인사를 경험하면서 조금 알게 됐다. 붙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졌던 사랑, 고통 속에 움츠렸던 나 자신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이별은 슬프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 서는 법을 배웠고, 나의 경계를 이해하게 됐다.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질 궁극의 존재가 바로 나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별 앞에서의 감사

지금 생각해보면, 이별은 고마운 손님이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무심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남았을까. 매번 아프고 울었지만, 그 고통이 내 안을 비우고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어떤 친구가 떠날 때 나는 울었지만, 그 울음은 우리의 소중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축복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도 나는 그 사랑이 준 힘과 기쁨으로 지금을 살아낸다. 다시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더라도, 그 추억은 내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다.


끝맺음

이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우리는 조금씩 스스로를 잃고, 그리고 다시 찾는다. 나는 이제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빛나고, 떨어진 조각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삶은 결국 이별과 만남의 춤이다. 서툴고 아프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나는 그 춤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감사하며, 또 다른 이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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